오랜만에 또 주인장이 이상한 제목을 달고 글을 쓰러 왔습니다.
갑자기 왜 이런 주제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알고 있습니다.(이중인격인가..)
아침에 엄마로부터 김치냉장고도 샀고 저축도 하고 있다는 카톡을 받았거든요
엄마는 제가 어릴 적부터 월급을 받으면 절반은 꼭 저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어요
하지만 본인은 그러지 못하셨습니다
홀로 돈 벌며 절 키웠고 빚더미에 앉은 집안에 보탬이 되느라 하루하루가 고되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경제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독립했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셨겠죠..
주부로써 여자로서도 사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을 테고
이제야 버시는 모든 돈을 본인에게 쓰고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저는 철이 너무 일찍 들었습니다. 본인 스스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요
애가 참 착하네 이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이 말은 참 가혹하고 잔인합니다
아이가 주변을 눈치 보고 아이답지 못하게 자라게 하거든요
'이혼'이라는 말은 몰랐어도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사실은 인지했습니다.
커가면서 그게 '이혼'이라고 표현하는구나 싶었구요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다르죠
어려서 솔직했던 아이는 숨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이혼'했어 그래서 엄마랑만 살아
이 말을 '쟤는 고아래'로 소문이 났거든요
전 하루 만에 고아가 되었어요 학교에서
요즘 애들은 알 거 다 안다고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아니었습니다.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선생님한테 말해야 하고
부모님 둘 다 모두 계시고 그런 사회였었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저희 집이 치킨집을 했어요
집이 가난했으니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먼 곳에서 살았고
저희 치킨집 앞에는 제가 다니는 곳과는 다른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운동회날은 치킨집에서는 대목이죠
그 초등학교와 제 초등학교 운동회날이 겹치는 해였습니다.
고사리 손이라도 도우라는 뜻이었는지
아니면 집에서 어른이 못 갈 것 같으니 쉬라는 뜻이었는지
운동회 날짜가 나온 날부터 그날은 아프다고 못 가겠다고 해야겠다고 했어요 집에서
솔직했던 아이는 친구가 운동회날 얘기를 물었을 때 말했어요
'아 나는 그날 못 올 거야 아프다고 할 거거든'
친구는 또 선생님에게 말했습니다
'얘 그날 아프다고 할 거래요 안 나온대요'
선생님은 부모님에게 전화했죠 얘가 왜 안 나오나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저는 그 날 혼났습니다.
그걸 또 말하고 다니면 어떻게 하냐며 이러면 그 날 무슨 말을 하냐고
그 날 또 배웠습니다.
세상은 거짓으로 숨겨야 할 것이 있구나
고작 12살이었던 아이는 그 사실을 알아차렸어요
운동회날은 결국 아프다고 빠졌고
고사리손으로 치킨집 박스를 포장하며 보냈습니다
다음 날 담임선생님은 정말 아팠던 거 맞냐고 물으셨고 저는 아무렇지 않게 아팠다고 했구요
이때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못했습니다.
그저 잠시 묻어뒀을 뿐이죠
엄마도 부모라는 역할은 처음이고 어려웠음을 압니다.
그 나이에도 알았어요
하지만 제 상처는 누가 이해해 줄까요
누가 보듬어줄까요
엄마가 예전부터 종종 물었습니다.
혹시 엄마가 이혼해서 결혼이 하기 싫냐고
아니 그건 아니야 하며 자세한 대답은 피했습니다.
정말 아니야 엄마
가난이 애를 애답게 키울 수 없음을 내가 알아서 그래
내 아이가 내가 겪었던 아픔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지금은 제 모든 사정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사람을 만났어요
애도 정말 저희가 안정되면 생각해 보자고 이해해 주는 사람을요
이 사람이 아니었으면 저는 제 인생에 결혼은 정말 없었음을 알아요
웃기지만 그래서 저는 아직도 비혼주의자입니다.
무거운 주제로 수요일 아침부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오늘 하루는 상처 없는 하루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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