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예민함이 MAX에 도달해 있었는데
결국 어제 도를 넘어서버렸다
내 남은 인생에 계속 남아있을 것 같던 친구들 청모(청첩장 모임)를 정하면서
허무함과 현타가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남편한테도 실망감이 커져버렸다
한 무리에서 나와 남편을 제외하고도 다른 커플이 결혼예정이다
9명의 사람들이 여러번 모이기에는 힘드니
한 번으로 해도 괜찮겠냐고 물었고
일정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내 나이가 어려서 친구들 또한 결혼과 먼 나이라서 그런지
청모를 단순 밥 먹는 자리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다들 찬성할 텐데 한 번으로 하는 것 또한 투표를 왜 받냐며 묻는 사람도 있었고
나머지 모두 일정 투표가 끝났는데
마지막 한 명이 읽고 대답도 없다가
안된다는 얘기만 하더라
힘이 다 빠졌다
인원수가 많고 다른 친구들의 결혼식으로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라
빨리 정하고 싶었는데 나만 급했고
나만 생각이 많았나 보더라
친한 친구들이라 비싼 곳에서 근사하게 대접해주고 싶었던 내 마음이
한 순간에 박살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모두 되는 날짜를 찾긴 했지만
투표를 다시 올리는 과정에서
같이 돈을 내기로 한 커플들만 투표를 안 했길래
따로 만든 단톡에 해달라고 부탁했다
심지어 카톡을 읽고도 하지 않았길래 말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남편이 애들도 바쁜데 재촉하지 말라더라
그 순간 열이 끝까지 났다
재촉이라고 생각도 못했고
재촉이었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다 같이 하는 일인데
내가 나서서 정해주고 있고
모두 직장 다니는 입장에서 나는 무조건 기다려야 줘야 하는 사람이란 건가?
재촉하지 말라는 그 카톡을 본 순간
다양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일정을 잡을 생각도 안 했을 거고
나중에 어떤 식으로 할지 답이 안 나올 상황이었을 텐데
결국 걱정만 많은 내가 총대를 멘 거였고
총대를 멘 나만 구박받는 상황이 왔다
그동안 나는 요즘 회사일이 한가해서
일찍 퇴근해서 대부분의 집안일을 다 했었다
하지만 사람이란 보상심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게임으로 내가 한 노동에 대해 보상받고 싶었고
조금 쉬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 게임을 별로 흥미 있어하지 않았고
우린 퇴근 후에 각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매번 하는 집안일 이외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존재하기 나름이다
싱크대 청소라던지
물걸레질이라던지
브레타 필터를 갈아준다던지
하지만 이런 건 나만 신경 쓰는 것 같다
평소에 하는 집안일이 끝나면 나도 솔직히 지쳐서
주말에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말에 다른 일정이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러다 보면 몇 주 밀린다
그동안 남편은 저 일들을 해주지 않는다
평소 집안일도 내가 해달라고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그런가
난 어느 정도 남편이 날 편애해 주고
잘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이 역시 단순한 보상심리이고
나 혼자 멋대로 정한
기댓값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행동이 아니니까
나 혼자 기대하고 나 혼자 실망한 것 같다
어제부터 집에서 내가 말을 안 했다
카톡도 보지 않았고
특별한 답장도 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꽃을 사줬다
처음 있는 일이다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사치라고는 잘 모르는 성격인데
안 하면 펑펑 울 것만 같았다
사실 퇴근길 지하철에서 혼자 울었다
남들 시선이 있으니 펑펑 울지도 못했고
내 감정을 내가 주체할 수 없어서
그저 눈물이 나더라
나는 시부모님이 말하는 피로연도 너무 신경 쓰여서
남편이 먼저 시부모님이랑 연락해서 정했으면 하는데
이번 주말에 과연 먼저 시부모님에게 언급할지 의문이다
피로연 일정이 있는 청첩장도 따로 뽑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먼저 얘기를 꺼내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내 기분이 너무 상하고 지쳐버려서
핑계일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본식 또한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자세한 계획도 해야 하고
할 게 생각보다 많은데
남편이란 사람이 고민은 하고 있는지
또 나만 유난이라 예민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어제 산부인과 결과로 난소 나이가 37세라는 판정이 나왔다
무려 내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이 많다
아이를 못 낳는다면 내 탓일 거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남편이 끝까지 내 편을 들어줄지
이젠 잘 모르겠다
원래는 당연히 내 편을 해줄 거라고
남들과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날 만만하게 여기고
좋게 말하면 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남편이었다
우리 신혼집에 대한 시부모님의 불평불만도
결국 고집을 꺾지 않는 분들이라면
계속 얘기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데
그 생각에 난 벌써 진절머리가 나는데
어쩔 수 없다고만 하는 남편을 내가 계속 의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각자는 잘 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 불편하고 오묘한 냉전도
내가 굽히면 끝날 냉전이고
상대방은 내가 기분이 상했단 거 조차 고려하지 않을 것이기에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그저 내가 참고 살면 되는 것일까
그럼 난 누가 챙겨주는 거지
이런 감정 또한 쉽사리 털어놓을 한 사람 없다는 게
날 비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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